쓰나미의 흔적을 직접 보았다.

2021. 7. 7. 22:57Japan Life

친한 일본인 직장인 동료들 다여섯명과 센다이로 1박2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센다이는 일본의 동북지역으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원전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들은 잘 찾지 않는 도시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일본인 동료들이 가자고 하기에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고 함께 갔던 것 같다. 

 

첫날은 센다이 도시 내에서 이것저것 관광을 했고 두번째날은 센다이 근교를 차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서로 딱히 다들 어딜 가야겠다 이런 목적지도 없이 단순히 지나가다보니 이런 곳이 있다더라 이런 느낌으로 드라이브를 했던 것 같다. 직접 내가 운전을 하진 않았지만 장시간 차에 타있어 노곤했던지 슬슬 잠이 몰려올 즈음 한 공사판처럼 보이는 흙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차가 멈췄다. 왜 이런곳에서 선배는 차를 멈추지 의아했다. 무슨 새롭게 유명한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명소같은 건가? 싶은 생각도 했다. 차의 시동이 꺼지고 그 공사판 같은 곳에 동료들은 내릴 준비를 했고 나도 졸리는 눈을 비비면서 차에서 내렸다. 도대체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거지?   

 

조금 걷다 보니 무언가 짓다만 건물의 철골 같은게 하나 보였다. 건물을 새롭게 짓고 있는 건지 아니면 허물고 있는건지 쉽사리 짐작은 가지 않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건물이 여기저기 훼손돼 있어 도무지 새롭게 짓기 시작하는 건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좀 더 이 폐건물 쪽으로 다가갔고 일본인 동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한 일본인 선배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덮쳤던 건물이야." 

 

 

이 폐건물은 2011년 당시 방재청사로 당시에 건물이 옥상까지 완전히 잠겼다고 한다. 그 당시 한 직원이 옥상에 올라가서 건물이 잠겨가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여러분 모두 대피하십시오!' 라고 확성기로 외치며 주민들을 끝까지 대피시키다가 본인은 안타깝게 쓰나미에 휩쓸려 명을 달리한 이 직원의 이야기는 일본인들에게 유명한 일화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당시 동영상이 있다) 이 방재청사의 이야기는 상당히 나에겐 충격이었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뉴스에서 보던 쓰나미는 영상에서는 그렇게 수심이 깊어보이지 않았는데 저 3층 끝까지 물이 가득찼다니,,, (실제로 보면 3층이라지만 꽤나 높다) 정말 쓰나미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 공포감은 이루어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쓰나미가 오면 허리정도까지 물이 가득차 무게중심을 잃고 그 물길에 휩쓸리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다. 무려 건물 3층짜리를 삼켜먹을 정도의 거대한 괴물이다.

 

자연의 무서움 앞에서는 인간은 다시한번 작은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당시 이 비극적인 현장에서 쓰나미의 공포를 마주해야만 했던 사람들, 그리고 엄청난 높이의 쓰나미에 저항할 틈도 없이 휩쓸려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잊지 않았던 방재청사의 직원. 모두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