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사 면접 때 가장 중요한 자세

2022. 6. 25. 14:44Japan Life

사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며 일본으로 취업하겠다고 한 건 심각하게 결정했다기 보다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했었다. 25세 대학교 졸업학기 시절에는 딱히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처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뭐 가서 망하면 다시 돌아와서 취직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며 도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직장인 일본 대기업 SI 회사를 거쳐, 컨설팅펌 까지 2개의 회사를 거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첫 일본회사나 두번 째 일본 회사에 이직을 할 때 그 당시 면접관들이나 HR 분들이랑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내 면접 당시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볼 수 있었는데 그게 참 재밌었다. 일본 회사가 나를 골랐던 이유는 '일본사람 같지 않아서' 라는 거였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내가 한국인인데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었는데,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납득이 갔다. 수많은 외국인 지원자들이 면접을 보게 되면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개 일본 문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많다, 일본에 대한 나라를 경험해보고 싶다 라는 이유를 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건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답변이다. 또한 생각보다 면접관들은 일본을 잘 알거나 일본문화를 사랑하는 지원자에 대해서 큰 매력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이런 걸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왜 일하고 싶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꼭 일본이 아니었어도 그냥 해외에 나가서도 내 실력이 통하는지를 부딪혀 보고 싶었다. 사실 일본이 아니라 중국, 미국이어도 상관없다' 라고 답했다. '그럼 여기는 한국과 문화가 다를텐데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할건가' 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는 '문화 차이는 어딜가나 있는거고 꼭 국가간의 문화차이라기 보다는 여기만의 사내문화가 뭔질 이해하고, 그 사내문화에 따라 같이 일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 풀어나가고 싶다.' 라고 답하며 크게 일본이 어떻고 저렇고 요런 답변들은 안했던 것 같다. 이게 면접관들에게는 생각보다 큰 임팩트였나 보다. 다들 일단 합격을 하고 보긴 해야하니,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하는 가운데, 나한테는 그런게 안보였고 그냥 외국인의 정체성으로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잘 녹아들겠다는 점이 많이 기억에 남았다고 하더라.

 

실제로 첫직장에서 한국인 엔지니어를 뽑을 때, 아직 일본어가 서투른 지원자를 위해 통역역할로 면접에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특이했던 게 2명의 지원자가 동시에 들어와서 면접관들은 나를 통해서 이 2명의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이 2명은 정말 캐릭터가 각각 확실했다. A지원자는 꽤 오래전부터 일본취업에 관심이 많았는지, 방에 들어올 때부터 일본 비즈니스 매너라든가 말하는 방식이라든가 거의 모든게 일본화 되어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들어보면 일본문화에도 관심이 많았고, 꽤나 회사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해왔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한국말로 답하기는 했지만 약간 당황하는 제스쳐나 몸짓 등이 정말 일본사람 같았다. 누가보면 다른 일본회사에서 1~2년정도 일하고 온 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웠다. 반면에, B지원자는 이와는 정반대로 이제 막 취업면접 보러 다니는 전형적인 졸업학기 한국인 대학생 같았다. 일본 비즈니스 문화, 예절 같은건 잘 모르는 듯 했지만 그렇다고 예의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한국어로 답변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도 비교적 짧고 명확했고, 당당하게 외국인으로써 이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전제로 시원시원 답했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처음 면접봤던 느낌과도 비슷했다.

결과는 예상했겠지만, B가 합격했고 A는 떨어졌다. 2명의 TO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나중에 지원자들이 나가고 면접관분들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딱 이 한마디만 하시더라.

 

'A를 뽑을 거면 그냥 일본애들 뽑는게 낫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