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일본에서 잃어버려서는 안될 것

2022. 6. 24. 00:54Japan Life

한국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이 도쿄로 놀러온 적이 있다. 아직 일본생활을 한지 1년도 안될 때였을 때니 고국에서 바다건너 오는 친구들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신주쿠의 야키토리 (닭꼬치) 집에서 즐거운 마음에 들떠 부어라 마셔라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택시 안이었고, 어느덧 내 집 앞에 택시는 거의 도착해 있었다.

몽롱한 상태로 택시기사님에게 돈을 내려고 보니, 이런.. 아무리 찾아봐도 지갑이 없다.

일본은 현금문화라서 지갑에는 지폐 열댓장은 들어있었고, 또 일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언제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신분증이며 현금카드며 왕창 넣어놨었기 때문에 내 지갑은 항상 두툼했기에 금방 발견될 터이다. 그런데 한참을 가방을 뒤지고 양복 주머니를 더듬고, 택시 바닥을 헤집어봐도 내 지갑은 없었다. 결국 밤1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기숙사의 한국인 친구에게 전화해서 급하게 돈을 빌려 택시기사에게 냈다. 그 한국인 친구는 몸도 안좋아서 일찍 잠드는 편인데, 지금도 그 날만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이 가득하다. 

 

다음날 일어나서 지갑을 잃어버렸을 경우 해야되는 것에 대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일단 지갑을 잃어버린 곳으로 추정된 곳 근처의 파출소로 가서 신고를 해야한다고 한다. 회사를 마치자마자 신주쿠 근방의 파출소로 가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했고,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직 분실지갑이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갑 분실신고를 하면 신고증명서를 발급해 주는데, 만약 분실지갑을 찾지 못해서 신분증 등을 다시 발급받아야 할 경우 반드시 이 신고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갑에 있는 돈이야 잃어버리는 셈 친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와서 발급받았던 신분증, 은행 현금카드 등등 이 모든 걸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는게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왜냐면 2015년 당시에도 일본은 대부분 종이로 접수가 이루어지는 문화이고 뭘 하나 발급받는데도 정말 오랜시간들이 걸렸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일본에 온 것과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이걸 내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냐고? 결국 지갑은 발견되지 않았고, 나는 신분증 (재류카드) 부터 발급받기 위해 저 멀리 입출국 사무소까지 왔다갔다 해야했고, 또 잃어버렸던 은행 현금카드, 기타 포인트 카드 등등,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하루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일단 온라인으로 재발급신청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더 큰 문제는 어느 한군데를 가도 꼭 한번 더 가야하거나 대기시간이 기본 1시간은 걸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땐 아직 회사 신입사원 연수기간이었고 또 파이팅 넘쳤을 때라 퇴근하고 이리저리 사방팔방 출입국 사무소, 동사무소, 은행 등등 왔다갔다 할 수 있었지만, 이 사건 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취했어도 지갑 하나는 안잃어버리는 정신력을 갖추었다. 정말 두번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귀찮다. 절대 지갑만은 잃어버리지 마시라.